생명의주관자이신 주님께서 하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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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현란 모니카. 미국LA 성 바실 성당)
생명의주관자이신 주님께서 하신 일
중학교 2학년 때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본당 어린이 쎌모임 시간에 수녀님께서 내게, 미사 성제의 의미를 연구해서 다음 시간에 설명 해보라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수녀님의 말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여 그날 내가 충분하게 설명하지 못함으로 해서 다른 친구에게 또 연구해오게 한 것이 너무 부끄러워 그로부터 10년간을 냉담하게 되었다. 그 10년이란 세월은 내 인생에 있어 어둡고 긴 터널 속에서처럼 참으로 암담한 나날이었다. 사탄이 밀을 까부르듯 그들이 조종하는 대로 아무런 죄의식도 없이 나는 사탄의 하수인 노릇을 했었다. 그러다가 24살이 되었을 때 나를 구원하시려는 하느님의 손길을 느끼기 시작했다. 분명 누군가의 기도와 희생이 있었음에 틀림없었다. 그리하여 어린시절 잠에서 깨어보면 내 머리맡에서 열심히 묵주를 굴리며 기도하고 계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라 묵주를 찾고, 먼지가 수북히 쌓인 성서를 꺼내어 그때부터 손에서 떼지 않고 열심히 읽어나갔다.
1985년 내게, 헌신적이었던 남자 친구(중국 교포 2세)인 지금의 남편과 혼배성사를 올렸다. 그는 당신 외인이었지만 영세하면 결혼하겠다는 나의 제안을 받아들여 세례를 받았다. 결혼 뒤 임심한 줄을 모르고 사랑니를 빼면서 마이신을 과용한 탓에 아무런 죄의식 없이 두 번이나 낙태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얼마 후에는 자궁 외 임신으로 왼쪽 나팔관 하나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는데 의사는 "앞으로 아기를 갖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1986년 4월, 우리는 하와이로 이민을 가게되었다. 다행히도 우리 아파트에서 3분 거리에 하와이에서 유일한 한인 성당이 있어서 매일 미사에 참례하고 레지오 마리애도 가입하여 열심히 생활할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집에서 기도 중에 벽에 걸린 십자가의 빛이 강하게 비치더니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혀가 입속에서 마구 구르면서 자제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소리로 이상한 언어가 터져나오면서 눈물이 한없이 쏟아졌다. 그로부터 '아! 하느님은 정말 나와 함께 계시구나' 하는 강한 믿음과 함께 세상 모든 것이 세롭게 보였고 모든 것 안에서 주님의 현존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하여 영적인 갈구가 커졌지만 아무도 이끌어주는 사람이 없었던 나는 레지오 마리에 교본에서 몽포르의 성 루도비코의 [성모님께 대한 참된 신심]을 알게 되었고 성모님께 대한 봉헌에 대해서도 알게 되어 33일간 열심히 준비하여 성모님께 나를 봉헌하였다. 그것이 1986년 8월 27일 성 아우구스티노의 축일이었다.
그 첫 봉헌과 함께 임신을 하여 정확하게 10개월 후인 그 다음해 1987년 5월 5일에 첫 아들을 낳았다. 하와이의 맑은 밤하늘을 수놓는 수많은 별들 중 가장 크고 반짝이는 별과 함께 많은 별들을 그 별들의 주인이신 여인이 나에게 주는 태몽처럼 아름다운 눈동자를 지닌 아이였다. 그리고 당시 [마리아]지에 실린 "자녀들을 성모님께 봉헌하십시오" 라는 글을 읽고서 아기가 40일 정도 되었을 때 성모님께 봉헌된 주교좌 성당을 찾아가 아이를 성모님께 봉헌하였다.
하와이에서 로스엔젤레스로 이사를 한 후 1989년 3월 17일 성 패트릭 기념일에 원죄없으신 성모님과 꼭같은 모습의 여인이 하늘에서 두 팔을 벌리시는 장면의 태몽 후에 둘째 아들 패트릭을 낳았다.
그리고는 비둘기 모양의 성령과 성모님의 모습을 보이는 반지를 끼워주는 태몽과 함께 셋째 아이인 딸 에스더를 낳았다.
넷째 아이면서 셋째 아들인 아오스딩은 천사가 "하느님의 신비체를 잉태한 너는 참으로 복되다" 는 말씀이 들려주는 태몽이었다. 이 아이를 잉태했을 때부터 낳을 때까지는 특별히 고통이 많았지만 그 모든 고통들을 낙태된 태아들을 위한 보속으로 봉헌했다. 그런데 아오스딩을 낳을 때는 참으로 신비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아오스딩을 막 해산하고서 비몽사몽간에 내 입에서 영가가 터져나왔던 것이다. 그러자 막 태어난 아이를 추스르고 있던 필리핀 간호사가 영어로 "누가 노래하고 있어요?" 하고 묻자 의사는 "이 사람이 노래하고 있다" 고 하면서 내 빰을 가볍게 치며 "Mrs. 친, Mrs. 친" 하며 지금 당신이 노래한 것 아느냐고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신비경에 빠져 영가를 계속 불렀다. 해산 과정이 끝난 뒤 의사는 내가 입원해 있는 병실로 전화해서는 예전에 오페라 가수를 했느냐고 묻는게 아닌가.
다섯째인 요한 마리 비안네를 임신했을 때는 두 마리의 회색빛 비둘기 모양의 성령이 하늘을 날으면서 은빛 가루를 뿌려주는데 그 하늘에 작은 모습의 성모님이 보였다. 순간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게끔 성모님의 모습이 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갑자기 그 모습이 점점 커지더니 하늘 가득 성모님의 살아 움직이는 모습이 보이고 넓은 길을 가득 메운 사람들이 성모님을 바라보며 그분을 어머니로 받아들이는 것을 보면서 기뻐하는 태몽을 꾸었다. 그래서 이 아이가 태어나기 까지의 모든 고통들은 성모님의 티없으신 성심의 승리를 위해 봉헌하였다.
현재는 여섯째 아이를 임신한 상태이다. 이 아이를 임신할 때는 특별한 태몽을 꾸지 못했다. 하지만 살고 싶지 않을 정도로 심한 입덧의 고통과 또다시 치루어야 할 산고에 대한 두려움 등을 이 시대에 만연하는육체적 정신적 불순결, 특히 사제들의 거룩한 삶을 위한 희생으로 봉헌하고 있다.새로운 한 생명의 탄생은 내게 어마어마한 고통이다. 아이를 낳으면 병실에 걸린 십자가의 예수님을 바라볼 때 예수님의 고통이 이보다 더 컸다면 도대체 어느 정도였을지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이다. 더욱이 나는 입덧이 아주 심해서 하느님으로부터 버림받은 생각이 들 정도이며, 혹 결과가 잘못되어 임신이 아니기를 바랄 정도였다. 그런데도 다섯명의 아이를 낳고 지금도 또 한 생명을 몸에 안고 있는 것은, 더욱이 미국과 같은 세상에 살면서 아이 낳기를 고집하는(?) 것은 생명의 소중함이 너무나 절실하기 때문이다.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 주소서. 그러나 제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소서" (마태 26,39)라는 기도가 나올 정도로 커다라느고통을 감내하면서도 생명을 고집하는 것은 너무나 소중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고통 속에 낳은 아이여서인지 한 나라를 준다고 하여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하다. 젖을 먹일 때(2년 내지 5년 동안), 잠에서 깨어나 울 때, 식탁에 둘러앉아 엄마인 내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고 있는 아이들을 볼 때... 기쁨과 행복이 가득히 차오르고 하느님께 감사의 마음이 절로 나온다. 자녀들은 하느님의 축복이며 부부의 사랑의 열매라는 말씀은 틀림이 없다.
그동안 결혼생활을 하면서 수없는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이혼하고 싶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많이 했었다. 그야말로 집안에 폭탄을 두고 살아가듯 불안한 나날이었다. 그런데 그런 고비들을 무사히 넘길 수 있었던 것은 새로운 생명의 탄생과 더불어 그 생명에게서 새로운 활기를 얻고 희망의 삶을 다시 시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정에서 새생명의 탄생은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현대의 많은 가정들이 생명을 거부하고 낙태를 자행하며 쾌락이나 재물 등을 통해서 행복을 찾으려 함은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그것은 진정 사탄의 속임수이며 우리를 멸망으로 이끄는 길인 것이다. 나 역시 성모님께 봉헌하고 이 시대에 성모님을 통해 전해지는 하느님의 뜻에 귀기울이지 않았다면 당연히 멸망의 길로 갔을 것이다. 생명을 거부하고 낙태가 만연하는 오늘날의 사태를 볼 때 하느님께 대한 믿음과 의탁의 부족으로 인한 인간적인 불안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은 하느님의 질서를 따를 때만이 참된 행복을 누릴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외아들 이사악을 산 제물로 바친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처럼 무조건적인 믿음과 순명이 있다면 우리는 현세에서 뿐 아니라 후세에서도 하느님께서 주시는 무한한 축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삶의 주관자이신 성부, 성자, 성령의 하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성령의 정배이신 성모님의 돌보심에 무한한 감사를 드리면서 사도 바오로의 말씀을 빌어 보잘 것 없는 이 글을 맺는다.
"여러분 자신을 하느님께서 기쁘게 받아주실 거룩한 산 제물로 바치십시오. 그것이 여러분이 드릴 진정한 예배입니다" (로마 12,1) - 마리아 2002년 3~4월 112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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